TECH M에 실린 육순형 교수님의 ‘네트워크 이론으로 본 메르스’ 기사 입니다.

네트워크 이론으로 본 메르스

육순형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첫 번째 환자로부터 감염된 환자가 각각 비슷한 숫자만큼 2차 감염을 시킨다고 하자. 그러면 이 문제는 고등학교 수학책에 나오는 등비수열의 합을 구하는 문제가 되고 3차 감염이 일어나면 누적 감염자 수가 10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감염 차수가 경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약 10~15일 정도라고 하면, 30~45일 정도면 누적 확진자 수가 1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스 누적 확진자 수의 변화를 보면, 초기 발병 후 20일경까지의 누적 환자가 1000명이 되는 시간을 추정해 보면 약 31일이 된다.

이는 초기 우리 의료체계의 대응수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균 대응 수준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행히 발병 20일 이후에는 급격히 환자의 증가 추세가 꺾이는데, 이는 어느 정도 적절한 통제가 진행됐다는 의미다.

단순 계산상으로는 메르스 환자 한 명이 감염시키는 사람의 총 수가 초기 예측대로 한 명보다 작았다면, 메르스 누적 감염자의 총 수는 대략 두 명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주어진 감염률 하에서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환자 한 명이 감염시키는 사람의 총 수를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물론 이번 국내의 대응처럼 감염자 전원을 찾아 모두 격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이유 때문에 모든 감염자를 격리시키는 게 불가능한 경우,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에서 얻은 결과를 적극 이용함으로써 질병 통제에 있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바이러스가 전파되려면 감염자가 비감염자를 반드시 만나야 한다.

이를 나타내려면 다음 두 가지 종류의 네트워크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양측의 물리적 접촉을 나타내는 네트워크를 찾는 것이다. 이런 연구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대단히 많은 물리적 접촉을 만들어내는, ‘(잠재적) 슈퍼 전파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발병지로부터의 최단 거리 수형도(Shortest path tree). 홍콩에서 최초 발병 후 111일 경의 그림으로 한국 도시들이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는 감염된 환자의 밀도가 꽤 높음을 의미한다1
2001년 릴예로스(Liljeros) 등은 약 4700명의 잠자리 파트너 수를 조사해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적인 숫자의 잠자리 파트너를 가지고 있지만 몇몇 사람들은 1000여 명의 매우 많은 잠자리 파트너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을 네트워크에서 허브라고 하는 데 많은 네트워크의 특성이 허브에 의해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인터넷 같은 네트워크에서 허브를 공격해 기능을 마비시켜 전체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

잠자리 파트너에 대한 연구는 허브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집중관리함으로써 성적으로 전파되는 질병의 전염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전염병이 얼마나 퍼질 것이냐를 예측하는 모형에서는 각 개인의 연결성을 모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보편적인 네트워크 구조를 가질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 구조는 주로 축척 자유 네트워크로 표현된다.

전염병 확산에서 사람 사이의 연결을 나타내는 네트워크 외에 중요한 네트워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국가와 국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망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다. 특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먼 거리 여행의 보편화로 표현되는 세계화는 전염병의 범지구적 전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번 메르스도 100년 전이라면 우리나라에 유입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2002년 발병한 사스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포함한 많은 연구들이 사스의 전염 경로를 정확히 설명하려면 최소한 비행기를 통한 원거리 교통 네트워크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발병지로부터의 최단 거리 수형도(Shortest path tree). 홍콩에서 최초 발병 후 111일 경의 그림으로 한국 도시들이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는 감염된 환자의 밀도가 꽤 높음을 의미한다1

초기 발병 후 약 170일 정도 경과 되었을 때 전염 된 독감의 예상 분포

물론 주요 공항을 잇는 교통 네트워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와 교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미국 노스이스턴대의 베스피그나니(Vespignani)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에서 ‘글림(GLEAMviz)’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전염병 확산 시뮬레이션 모형을 제시했다.

이 모형을 이용해 정확한 예측을 하려면 각 질병의 전염률, 회복률, 또 질병에 따른 환자의 상태, 즉 잠복기나 발병형태, 전염시키는 시기 같은 여러 병리학적 요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글림을 이용한 일련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그동안 발병한 전염병의 발병 지역과 전파 시간 등을 매우 정확하게 재현했다.

국내 메르스의 확산이 진정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요즘 다시 홍콩발 독감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 모형을 기반으로 이미 잘 알려진 독감바이러스인 H1N1이 7월 10일 홍콩에서 5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경우를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했다.(H1N1 바이러스는 최근 홍콩에서 유행하는 H3N2와는 사촌 정도로 볼 수 있지만, 여러 병리학적 요인은 다르다. 따라서 본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가상의 결과임을 밝힌다.) 물론 이러한 예상은 앞서 언급한 병리학적 요인 외에도 여러 매개 변수들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이 시뮬레이션에는 비행기로 이동하는 비율, 각 국가의 1000명당 병상 수, 1000명당 의사 수 등 시뮬레이션의 정확도를 결정하는 매개변수가 많이 있다.

이 시뮬레이션은 비행기로 이동하는 비율을 95%로 가정하고 국지적 통근 모형으로는 중력이론을 사용해 얻었다. 홍콩에서 출발하는 항공 네트워크의 최단 거리를 살펴보면 그림과 같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 홍콩에서 한국의 서울, 부산, 제주 등은 직항이 있어 직접적인 질병의 유입이 비교적 쉽다.

초기 발병 후 약 170일 정도 경과 되었을 때 전염 된 독감의 예상 분포

항공 네트워크를 통한 전염병의 전파. 홍콩에서 발병한 독감이 발병 후 84일 지났을 때 예상 전파 경로. 각 국가의 공항을 잇는 비행경로를 따라 질병이 먼 거리까지 전파되고 있다.

항공 네트워크를 통한 전염병의 전파. 홍콩에서 발병한 독감이 발병 후 84일 지났을 때 예상 전파 경로. 각 국가의 공항을 잇는 비행경로를 따라 질병이 먼 거리까지 전파되고 있다.

그림에서 붉은색이 진한수록 감염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그림은 홍콩에서 발병한 뒤 111일 후로 꽤 많은 사람들이 서울, 부산, 제주에서 감염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홍콩에서 발병하고 100일 정도가 지나면 발병자가 국내에 유입되는 것으로 계산이 됐고 국내 지속 기간은 3~4개월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실제로 얼마나 질병 통제 노력을 잘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적당한 시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환자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총 전염자 수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네트워크 기반의 수치적 해석을 통한 예측모형은 기존 예측 방법에 비해 질병 전파 패턴을 보다 정확하고 정량적으로 내다 볼 수 있다. 이러한 모형을 적극 활용해 앞서 제시한 가상의 독감확산 같은 전파 경로와 시기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어진 전염병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테크M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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